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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• 0503 - 인스타그램을 지울 용기
    일상/학기 중 일기 2024. 5. 3. 01:22

    제목 그대로다.

    인스타그램 계정을 지웠다.

     

    사실 지운 지는 꽤 됐다. 한 달에 거의 근접해 가는 것 같다.

    인스타그램이 머리를 잘 쓴 게, 계정을 삭제하고 한 달 안에 다시 로그인을 하면 복구해 준다.

    이전에도 인스타그램 계정을 지우려고 시도했었는데, 중도에 로그인해 번번이 실패했었다.

    그런데 이번에는 아마 이미 지워졌거나, 거의 기한에 근접한 것 같다.

     

    먼저 인스타그램을 지운 이유를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.

    인스타를 보다 보면 시간이 너무 빨리 간다.

    나는 안 그래도 최대한 인스타를 덜 보려고 앱도 지워서, 가끔 웹으로만 들어가는 편이다.

    그런데도 막상 한 번 들어가서 지인들 근황이나 릴스를 보다 보면 시간이 내 손아귀에서 벗어난다.

    이 느낌이 아주 싫다. 

    공부를 하거나 강의를 들을 때는 시간이 정말 더럽게 안 가는데, 인스타 릴스나 유튜브 쇼츠를 보다 보면 과장 안 하고 눈 깜짝할 새 한 시간이 지나있다. 그 느낌을 비유하자면 시간을 불에 태운 느낌이었다.

    차에다 넣으면 몇 백 킬로를 달릴 수 있는 기름을, 그냥 바닥에 쏟아놓고 불에 태운 느낌.

    그러다가 한 번은 훌쩍 지나있는 시간에 현타가 와서, 안 바뀌고 쭈욱 살면 내 삶이 어떻게 전개될지 생각해 보았다.

    그냥 엎드려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는 지금 현재의 나. 그 모습에서 나이만 점점 더 들어갈 것 같았다.

    그래서 바뀌려고 마음먹었다.

    뭐가 되었든 의미 있는 것에 시간을 쏟으며 살아가고 싶었다.

     

    진작에 인스타그램을 지우지 못했던 이유는 용기가 없어서였다.

    내 인스타그램 계정에 있는 지인들의 정보가 사라진다고 생각하니, 처음에는 용기가 나지 않았다.

    마치 내 지인들도 0으로 초기화되어버릴 것 같은 느낌이었다.

    그래서 한동안 지우기를 실패했었던 것 같다.

    물론 인스타그램을 구경하던 습관의 영향도 부정할 수는 없지만.

     

    그런데 생각해 보면, 살아가면서 가까운 사람들을 챙기기에도 시간이 넉넉지 않다.

    그리고 실제로 살아가면서 마음을 나누는 사람들을 인스타그램 속에 있지 않다.

    인스타그램 속 사람들과 멀어질까 두려워, 내 사람들 챙길 시간을 줄이는 것은 조금은 모순적이지 않을까.

    그래서 인스타그램에서 살았던 시간을 조금 떼와 앞으로는 현실을 살아가는 데에 보태 쓰려고 한다.

     

    나의 이 호들갑스러운 행동이 미래에 좋은 결과로 이어질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, 그래도 삶의 여러 갈림길 중에서 인스타그램을 안 하는 길을 걸어보게 되었으니 의미가 있지 않을까.

     

    이상이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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